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26-02-04
감독 : 장항준
출연 : 유해진, 박지훈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왕과 사는 남자]는 장항준의 여섯 번째 장편입니다. 단종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사육신, 생육신이 나오는 영화는 아니고요.
단종과 호장 엄흥도의 이야기에 상상력을 붙여 만든 이야기입니다. 엄흥도는 단종이 죽자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장사를 지내준 사람이지요.
영화는 끝에 엄흥도에게 실존했지만 이름은 전해지지 않은 다른 인물의 역할도 하나 줍니다.
영화는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영월로 귀양을 가면서 시작됩니다.
영월의 산골마을 광천골 촌장인 엄흥도는 자기 동네를 유배지로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하필 단종이 걸린 거죠.
최악의 복권에 당첨된 셈인데, 그래도 엄흥도는 마을 촌장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러는 동안 단종과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단종 역시 마을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가고요. 하지만 모두가 아시다시피 결말은 정해져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단종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지요.
조선시대 가장 유명한 왕 중 한 명이지만 이 사람의 이야기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의 의지와 욕망과 행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린 나이에 부당한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 때문에 기억되고 연민의 대상이 된 청소년입니다.
텅빈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 그렇다면 온갖 짓을 해도 되는 기회인데, 영화는 너무 안전하게만 갑니다.
이 영화의 단종은 사악한 삼촌이 난리를 치지 않았다면 좋은 왕이 될 수 있는 자질을 타고 난 사람이고 엄흥도의 역할은 그 사실을 관객들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이 꼴이 난 건 좋은 왕이 될 수도 있었던 젊은 왕족 남자를 죽였기 때문이다.
전 사극 작가들이 이 억울함에서 벗어나는 게 모두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꾸준히 나온 명절 개봉 사극스러운 영화입니다.
'가난한 마을의 촌장이 올림픽 유치하듯 유배지 자격을 유치하려 했다'라는 현대적인 설정이 제시되고 단종이 마을로 들어온 뒤부터 모든 게 그냥 기계적으로 흐릅니다.
코미디도 있고, 눈물 짜는 신파도 있는데, 그 중 어느 것도 예측불가능한 것이 없습니다.
아마 이런 예측가능함이 관객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했을 수도 있는데, 그 편안함이 재미로 연결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제목을 떠올릴 수 있는 명절 사극 영화들은 모두 이 작품보다는 도전적이었으니까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